평생 공부의 기초 체력, 문해력
이전 포스팅에서 지속적으로 말했던 것 같이 문해력이 학업능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 또한 같은 이야기들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던 수업 현장만 돌이켜봐도 앞을 보고 제대로 집중하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상 위의 필통을 만지작 거리거나 두리번거리며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집중의 박수나, '선생님 보세요'와 같은 말들은 대개 3초를 넘기지 못합니다. 가끔 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다 보면 안 듣는 것 같으면서도 내 얘기를 다 듣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귀로는 듣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인간의 오감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나 되기 때문입니다. 청각은 20%, 후각, 미각, 촉각이 나머지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가 수업을 듣고 기억할 가능성은 30% 이하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가진 산만함은 우리에게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산만함은 대체적으로 작업의 전환에서 오는 것인데, 작업 전환의 과정에 두 일의 규칙이 섞이게 됩니다. 전환으로 인한 시간 소모는 업무의 효율성에 영향을 끼치고, 정확도를 떨어뜨립니다. 이는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로 치러야 할 대가는 높은 스트레스입니다. 마음의 평화는 차분함과 유의어입니다. 반대로 번잡함, 산만함의 유의어는 스트레스, 불안함 등이 있습니다. 생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이리저리 튀어 다니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됩니다. 자극이 지속되는 가운데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몸과 머리는 긴장하고 딱딱해지고 무거워지며 불쾌해집니다. 산만함으로 인한 문제가 아이들의 학업 중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수업 중 계속 작업 전환을 하면서 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정확도는 떨어지며 새로운 내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또 스트레스는 더 많이 받습니다. 스트레스는 아이들을 더욱 산만하게 만들고 산만함은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옵니다. 결국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간혹 혹자는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우리 아이는 게임에 집중하는 걸 보니 다른 것에도 집중할 수 있는 내재된 집중력이 있을 거야.'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중력은 크게 수동적 집중력과 능동적 집중력으로 나누어집니다. 수동적 집중력은 자극이 강한 대상(예를 들어 TV, 게임, 영상 등)에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는 집중력입니다. 능동적 집중력은 자극이 약한 대상에 본인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집중력을 말합니다. 수동적 집중력은 이름만 집중력일 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집중력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수동적 집중력은 강한 자극에 빨려 들어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나 다름없기에 이러한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다 보면 약한 자극을 기반으로 한 능동적 집중력을 낮추게 됩니다.
약한 자극은 지루하게 느껴지고 상대적으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능동적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읽기'가 필요합니다. 독서는 가장 잘 알려진 집중력 훈련의 도구입니다. 주의집중력을 기를 수 있을 만큼 책을 읽기 위해서는 문해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문해력을 갖추고 읽어야 책이 재미있고,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주의집중력이 길러지게 됩니다. 바로 선순환입니다.
문해력의 중요성
우리나라 청소년 독서 실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문해력이 성장하지만, 문해력을 더 빠르고 가파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도적 읽기가 필요합니다. 혼자 소화해낼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을 '독립적 읽기'라고 하면, 혼자 읽어내기에는 조금 버거운 책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읽는 것을 '지도적 읽기'라고 합니다.
지도적 읽기를 선행하여 문해력을 의도적으로 키워주면서 아이가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재미있고 독립적으로 읽을 때, 아이의 문해력은 가장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발달을 이루게 됩니다. 읽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더듬더듬 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찾아 나아가듯이 하나씩 차근차근 읽기를 배워야 합니다. 문해력의 뿌리가 잘 내려지기 위해서는 먼저 구어의 발달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쓰는 것(문어)을 잘 다루는 힘이지만, 문어자체가 구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자신의 의사 표현이 잘 이루어져 의사소통 능력과 대화 능력이 충분히 길러진 아이만이 그 능력을 문자 해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구어의 발달이 문해력의 뿌리가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잊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누구나 말은 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하는 말속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로 문해력의 뿌리를 기르기 위해서는 문자 세계를 인식하여 읽기와의 올바른 만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양의 책과 인쇄물이 가정에 비치되어 있어 아이가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문자를 접할 기회가 많을 때 문해력 발달에 유리해집니다. 또한 읽는 행동의 시범을 보고 자란 아이일수록 읽기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읽기가 왜 가치 있고 어떤 면에서 실용적인지에 대해 자주 보여줘야 합니다.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모가 아이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것 또한 문해력을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이야기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은 더 쉽게 읽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 읽어주기를 멈춥니다. 아이가 혼자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이제 겨우 소리 읽기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소리 읽기가 가능하다고 읽어주기를 그만두면 아이의 문해력 발달은 너무 이른 시기에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읽어주기는 지도적 읽기를 독립적 읽기로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합니다. 읽어주기는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 정서적 측면에서도 아이와 부모의 상호작용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아이의 학습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 스스로 책을 읽도록 만듭니다. 읽어주기는 문해력 시작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언어 능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읽어주기를 멈추는 시기는 읽어서 이해하는 능력이 듣고 이해하는 능력과 비슷해지는 시기가 적당합니다. 이 시기는 대략 중학교 2학년쯤입니다. 결국 중2가 되기 전까지는 읽어서 이해 못 하는 내용도 들려주면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까지는 부모가 읽어주면 도움이 됩니다.
지도적 읽기와 읽어주기가 진행되고 나면 독립적 읽기 단계로 돌입할 수 있습니다. 독립적 단계는 아이의 자율을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접하는 환경을 책을 읽고 싶게끔 구성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게 하는 환경을 마음, 물질, 시간, 공간적 측면을 고려하여 구성하여 아이 스스로가 책을 고르고 읽고, 그 후의 활동까지 해낼 수 있게 부모는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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